강대국에 무릎 꿇지 않는 베트남…위기 때마다 리더가 있었다

입력 2019-03-21 16:52   수정 2019-03-21 16:53

공병호의 파워독서

중국의 베트남 정복 야심
기원전 3세기 진시황 때부터 시작



“그 사람들은 앞으로 아주 잘 살 겁니다” 베트남과의 교역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할 때 한 원로 기업인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오래전의 이야기인데도 문득 생각이 난다. 국내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많은 사업가가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베트남은 어떤 나라인가. 베트남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인가. 이런 의문을 풀어줄 책이 있다. 오정환의 《무릎 꿇지 않는 베트남-중국 천년전쟁》(종문화사)은 베트남과 중국 사이의 전쟁사이자 베트남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베트남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발로 뛴 현장 보고서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당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불굴의 의지와 단합된 힘으로 중국에 복속되지 않았다. 그 사연과 과정들은 감동적이다. 책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야심은 기원전 3세기 무렵, 진시황 때부터 시작된다. 베트남 역사는 최초의 정권인 남비엣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남비엣을 다스렸던 찌에우다 때부터 베트남인들은 중국과 맞선다. 중국에 등장하는 왕조마다 베트남을 침공했다. 멸망의 고비마다 민중의 힘으로 나라를 구하는 영웅들이 베트남 역사엔 유독 많이 등장한다. 베트남 화폐에 등장하는 쩐꾸옥뚜언 장군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집요할 정도로 베트남을 병탄(倂呑)하려 하지만 결국 베트남인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킨다. 책을 읽는 내내 낭만에 치우치면 민족이 결국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되는가를 되새겨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베트남이 늘 독립 상태를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한나라의 지배부터 시작해 수나라와 당나라는 베트남을 무자비하게 수탈했다. 그들은 천 년 만에 등장한 천재적인 전략가 옹오꾸엔의 지도로 938년 바익당강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독립을 쟁취했다. 이후에 송나라, 몽골 그리고 청조로 이어지는 중국 왕조는 다시 베트남을 빼앗고 지배하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붙는다.

베트남인의 기개와 용맹이 한껏 드러난 지점은 몽골과 대적한 3차에 이른 전쟁이다. 세계사에서 몽골인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 민족이 베트남 민족을 제외하고 또 누가 있을까. 몽골은 최정예 부대를 투입할 정도로 베트남 정복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베트남에는 훌륭한 장수가 있었다. 그보다 더한 무기는 절대로 나라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민중들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몽골에 패하면 경제적으로 수탈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베트남 민중들이 전쟁 도구로 내몰려 민족이 소멸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당시 병사들을 이끌었던 쩐꾸옥뚜언은 ‘항복하는 게 어떠냐’고 묻는 왕에게 이렇게 답한다. “폐하가 항복하시려면 그에 앞서 신의 머리를 베십시오. 신이 있는 한 우리는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물론 베트남 역사에도 동족을 배반한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위인과 백성들이 결국엔 나라를 구해낸다.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훌륭한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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